아이를 데려다주는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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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취 없는 문명이 번성했던 먼 옛날엔, 드래곤이 인류 존속에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합니다.

그 시절에도 연중무휴 벼락과 폭풍이 몰아치는 위험하고 드넓은 사막의 한 쪽 끝에선 인간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사막의 다른 한 쪽 끝엔 영아들이 땅에 핀 꽃에서 태어났습니다.

드래곤이
- 선의에 입각하여
- 인류와의 상생을 위하여
사막을 왕복 횡단해 인민에게 영아를 운송해주는 식으로 일이 돌아갔지요.

사막은 매우 넓어서 드래곤이라도 왕복에는 일 년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여정 또한 험난하여 때론 드래곤들은 사막에서 그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드래곤을 숭앙하거나 찬양하고,
어떤 사람들은 드래곤을 두고 "인류의 영광된 번영과 안전을 위해 언젠가 반드시 그 입에 재갈을 물리고 목줄을 씌워 틀어잡아야 할 것들"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하간 이 드래곤의 영아 운송 여정 중에는
- 영아 유실 사고가 일어나거나
- 돌연 드래곤이 스스로 여정을 중단하거나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드래곤을 힐난하거나 하는 일은 그리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니까요.

고난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아기를 데려다주는 강맹한 영수가 실수를 하거나 어째서인지 운송을 중단한들, 사람들은
"그런 경우엔 어쩔 수 없다"거나
"사막을 감당하는 것은 드래곤이다"라거나
"드래곤이 결정할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야 드래곤에게
"영아 운송은 황새의 본연적이자 태생적인 천무"라고 조교를 시도하거나
"인류에게도 운송되는 영아에 대한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운송을 중도 포기할 시 1년 쯤 감옥에 처넣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들
브레스나 뒤집어 썼겠지요.

하지만 드래곤이 종당 인간을 저버려 인간끼리 교접해 인간을 생산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생산의 힘을 갖게 된 것은 용왕께서 인간들의 간원을 외면치 못하신 때문입니다.」

긴 이야기 끝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야기 중 검 끝을 내린 용자가 물었다.
「사실입니까.」

용왕이 대답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퍽 유감이다.」

「그렇다면 제 꼴이 퍽 우습게 되었군요. 저는 지금껏 당신께서 인간으로부터 생산의 힘을 앗아가셨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 역시 사실이다.」

검을 든 용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째서입니까.」

「이야기가 달랐다.」

「....」

「보아 온 바, 너희는 대체로 언제나 평화롭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생산의 힘이 주어졌던 시기엔 특별하게 불화하고 각별하게 추악했다.

애초 생산의 힘을 이양해주길 간원했던 너희의 왕이, 회임과 출산 그 모두를 여인들에게 일임할 것을 청원할 때에 그는 그것이 여인들에게 영광된 일일 것이라 말했다.

인간들이 드래곤을 숭배하는 것처럼 될 것이라 말했다.
나는 그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시험해보자고는 생각했다.
내 실수였다.

예전 우리가 아기를 나르던 때엔 너희들은 드래곤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드래곤이 아기를 나르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 따윈 상상하지도 못했다. 드래곤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아기를 나르는 것을 그만두어도 감히 비난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인들이 생산을 맡게 되자 너희는 여인들의 몸을 빼앗았다.
그 몸에 천부적인 생산의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고, 그 생산의 장은 공공의 자산이라 주장했다.
삿되게도 생명의 존귀함을 구실 삼아 그 몸을 주인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회임하는 여인들은 그 희생에 상당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너희에게 그 몸의 자유를 빼앗긴 여인들은 회임을 중단하지도 못했다.」

「그러면 다시 드래곤들이 사막을 건너 아기를 옮겨주시는 것입니까.」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생산의 힘을 돌려주시겠습니까.」

「애시당초 너희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돌려받은 것이다. 다시는 너희에게 주지 않겠다.」

「..외람되나 그 결정은 당신이 여성이기 때문인 것은 아닙니까.」

「나는 그 정도의 아둔함까지는 인내해주지 않겠다.」
다음 순간 용왕의 시종이 용자를 베어 죽였다.

「용왕이시여.」
용자의 일행인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인간이 사막을 건너 아이를 데려오는 데에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한다면, 인간에게 생산의 힘을 한 번 더 허락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드래곤이 그 위를 날아 오가는 것만도 1년이 걸린다. 벼락과 모래 태풍이, 폭염과 서리가 춤추지 않는 날이 없다. 절반의 절반도 나아가지 못하고 스러질 것이 자명한데, 설령 목적지에 도착한다 한들 그때부터는 아기를 데리고 또 다시 사막을 건너와야 한다. 가망도 방도도 없다.」

「그렇더라도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마법사는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행렬이 사막으로 출발했다.
용왕은 모두 보고 있었다.

어째서 여성만이, 라고 묻자 시종은 왕국으로 돌아간 마법사가 ‘용왕이 인류에 대한 처벌로서 여성만으로 답파대를 구성할 것을 명했다’고 왕에게 거짓을 고했다 설명했다.
마법사는 선두에서 답파대를 이끌었다.
용왕은 마법사를 가련하게 여겼다

몇 년 간 누구도 사막의 끝에 도착하지 못했다.
누군가 한 번은 도착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한 그조차 알 수 없었다
십수 년 후 첫 답파자가 나왔다. 하지만 아기는 죽어있었다. 죽은 아기의 시신을 보고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몇 번 더 답파대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이어지는 중에 용왕은 용왕 타도를 부르짖는 용자들을 서넛 더 만났다. 그들은 시종에 의해 처리되었다.

23년 후 답파대가 결국 살아있는 아기를 데리고 왕국에 도착했을 때, 드래곤은 다시 생산의 힘을 인간들에게 내렸다.

글쎄, 마법사여.
정말 인간들은 사막을 모험하고 끝내 답파해낸 인류인 여성들을 존경하게 될까.
용왕은 인간을 지켜보길 시종에게 당부하고 오래도록 이어질 잠을 청했다.

깼을 때 좆같기만 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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