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_94s

누림 · @nu_94s

30th Oct 2015 from TwitLonger

[세종백] harpax



w.누림


“요새 변백현 누구 만나고 다녀?”

“네? 아..저..”

“일 제대로 안 하지.”

“죄송합니다. 찾아보겠습니다.”


새벽에서야 끝난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푹신한 좌석 깊이 몸을 기댄 채 묵묵히 운전하고 있는 매니저에게 변백현에 대해 물어본다. 세훈은 매니저의 시원찮은 대답에 짜증났는지 미간에 곱게 주름이 간다. 변백현 엿 먹일 좋은 방법이 생각났는데 바람 빠지게. 매니저는 괜히 불똥이 튈까 찍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운전만 한다. 세훈은 안대를 쓰며 백현이 낸 신곡을 흥얼거리다 아까 촬영 끝나고 가진 인터뷰가 생각나 비웃듯이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연예계 절친들 중에 이 분들 빼놓을 수 없죠. 세훈씨 백현씨가 신곡이 나왔어요. 들어보셨나요?’

‘백현씨한테 응원의 한 마디 해주세요!’


절친 좋아하네. 서로 이 드러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절친이야. 아마 그 인터뷰를 변백현이 본다면 같은 반응이겠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동안 어느새 벤은 제가 사는 오피스텔 주차장에 도착해있었다. 내일 스케쥴은 늦은 오후부터 있으니 푹 쉬라며 꾸벅 인사를 하는 매니저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


“백현아, 오늘 뮤비 같이 찍게 될 김종인이라고 해. 몇 번 봤지?”


회사에서 지나가다 몇 번 본 게 다였지만 워낙 눈에 띄어서 이름은 몰라도 낯 익은 얼굴이였다. 사실 회사 갈 때마다 빈 연습실에서 워킹 연습을 하던 네 모습에 눈이 갔다. 다리선이 보일 정도로 붙은 트레이닝 바지에 곧게 뻗은 팔까지 얼굴만큼이나 돋보이는 몸매에 홀린 듯 본 게 생각나 가볍게 웃더니 이내 종인에게 손을 내민다.


“오늘 촬영 잘 부탁해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맞잡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살포시 웃어 보이다 손을 뗀다. 촬영 준비가 다 됐는지 감독님과 촬영 콘티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끝나갈 쯤 감독님이 나와 종인을 좀 더 가깝게 불러 귓속말로 이따가 둘이 키스신 찍어. 라고 말한다. 감독님은 백현은 그렇다 치고 종인이 놀랄 줄 알았는데 제법 담담한 반응에 의아했지만 거부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싶어 촬영을 시작하려는 듯 카메라 앞에 앉는다. 간단한 메이크업 수정과 옷 매무새를 보고 나서 촬영장에 들어갔다.




뮤비가 청불로 나온다더니 촬영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센 수위에 종인이 걱정됐지만 보기만 했던 몸을 매만지다보니 더 과감해진다. 이런 제 행동에 종인은 당황하지 않고 제법 나를 잘 따르고 받아줘 촬영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침대 위 두 남자의 엉킨 다리 다음으로 종인이 침대 시트를 꽉 쥔 손이 클로즈업 된다. 모니터링을 하던 백현은 내심 실제 정사였으면 어땠을까 싶은 맘에 아쉬운 듯 입술을 비죽거린다. 맨살이 닿은 건 아니지만 몸에 달라붙는 타이즈 위로 닿은 살이 오른 종인의 엉덩이 느낌이 아직도 또렷하다. 진전하는 촬영에 너네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에 소리 내어 웃는다.


“사귀는 사이였으면 저 정도로 안 끝냈죠.”


진심 반 농담 반으로 한 말에 감독님이 호탕하게 웃는다. 이제 제일 중요한 키스신이 있으니 애인처럼 해보라는 말에 종인을 보니 제 눈과 마주친 눈꼬리가 꽃답게 처진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준비하며 감독님과 촬영에 대해 몇 마디 나누고는 곧 촬영을 재개했다. 물이 반쯤 담긴 욕조에 종인이 들어가 기대듯 앉아있고 샤워기에선 물이 세차게 흐른다. 금세 머리가 젖은 종인의 모습에 감독님이 큐 사인을 줬고 난 종인에게 다가간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금방 옷이 젖어들어간다. 애절하게 그를 쳐다보다 뒤통수를 단단히 받치고 입술을 찾았다. 아랫입술을 물어 진득하게 빨아올리며 제법 농도 짙은 입맞춤이 이어진다.

눈을 지긋이 감은 종인이 먼저 혀를 입술 틈새로 넣는 대범함까지 보이길래 탄력 받은 듯 입술을 핥다가 이내 고개를 틀어 귓불을 이를 세워 잘근거린다.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살짝 눈가를 찌푸린 김종인의 표정은 가히 선정적이였다. 종인의 뒷목을 잡아 더 밀착하며 목덜미에 입 맞추고 살결을 빨아올릴 듯 농도 짙은 행위에 큐 사인이 난 지도 모른 채 김종인에게 취해있다가 날 밀어내는 종인의 손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던 종인의 얼굴에서 그제야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내가 올라타고 있는 꼴에 어쩌지도 못한 채 그저 나만 빤히 바라본다. 급히 몸을 일으키며 미안하다며 스탭이 가져온 담요를 종인에게 먼저 둘러주니 담요를 꼭 쥔 채 괜찮다며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는다.

“오늘 촬영 수고했어요. 밥 한 끼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 괜찮아요?”


제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빤히 보기만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거린다. 의중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단번에 허락한 종인이 고마울 지경이였다. 백현이 사용하는 대기실에 같이 들어온 종인을 본 매니저는 ‘이번엔 얘구나’싶은 맘에 작게 한숨을 쉰다.


“오늘 제 차 타고 갈게요. 먼저 들어가.”


백현이 고갯짓을 하자 종인을 한 번 본 매니저는 이내 대기실을 나선다. 단 둘이 남자 괜히 머쓱했는지 종인은 헛기침을 하며 의자에 가만 앉아있는데 옷 매무새를 정리한 백현이 어디론가 전화하며 종인을 보며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촬영장 건물 밖 한편에 주차된 차량에 탄 백현을 따라 차에 타 어디 가느냐고 조심스레 묻는 종인이다.


“우리집.”

간단명료한 대답에 되려 할 말이 없어진 종인은 애꿎은 손톱만 만지작거린다. 같은 소속사다 보니 백현에 대해 이래저래 들은 얘기가 많아서인지 왜 집으로 가자 했는지도 알 거 같았다. 오늘 촬영에 대해서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백현이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해있었다.

“술 잘 마셔?”

“뭐 조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을 향해 가면서 묻는 질문에 조금 마신다며 작게 말한다. 곧 도어락 번호를 누르니 밝은 소리를 내며 풀린 문을 열어 먼저 들어간 백현을 따라 들어간다. 백현에게서 났던 체취가 집안 공기에서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술을 꺼낸 백현이 잔에 따라 몇 번 마시며 진득한 시선으로 종인을 좇다 곧 잔을 내린다.

“이리 와서 좀 마셔.”

제 부름에 고개를 돌린 종인에게 술이 담긴 잔을 건넨다. 평소 마시던 술보다 도수가 높은 술에 켁켁거리는 종인을 여유롭게 쳐다보다 마저 술을 마신 백현이 곧 종인의 허리를 잡아 식탁 위로 걸쳐앉게 한다. 그 짧은 순간에 당황할 법도 한데 종인은 되려 제 허리에 다리를 감는다. 예상한 듯한 모습에 어이 없는 듯 가볍게 웃은 백현이 종인의 손에 들린 잔에 담긴 술을 마저 마시더니 뒷목을 잡아 엄지손가락을 세워 살살 매만진다.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찾아 맞춘다. 콘티에 맞춰진 키스신도 아니니 백현은 맘 놓고 입술을 잘근거리며 종인의 바지 버클을 푸르며 식탁 위로 급히 눕혀 상의부터 벗긴다.


“찌라시가, 하으,읏.. 진짜였나봐요. 하,아으..”


신음 소리 사이로 들린 종인의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은 백현이 작게 솟은 유두를 입에 담아 혀를 세워 자극한다. 도수가 높은 술에 평소 술에 약한 종인은 작은 자극에도 금방 몸이 달아오르는 듯 했다. 목덜미를 물어 진득하게 살결을 빨아올리니 고개를 살짝 젖히는 종인이다. 곧게 뻗은 팔을 훑어내려가듯 입 맞추다 군살 없이 자리한 허리를 살살 만지니 간지러운 듯 갸르릉 거린다. 몸 탐색이라도 하듯 집요하게 종인을 자극하던 백현이 상체를 들면서 종인의 팔을 잡아 같이 일으킨다. 술기운인지 흥분해서인지 붉게 오른 종인의 뺨 위로 쪽 소리나게 입 맞춘다. 곳곳에 붉은 흔적이 난무한 팔을 제 어깨 위로 두르길래 엉덩이 밑을 받쳐 종인을 안아 올렸다. 새끼주머니에 딱 달라붙은 새끼마냥 안긴 종인의 입술 위로 몇 번이고 입 맞추다 곧 침대 위로 종인을 눕힌다. 급히 제 바지와 종인이 입은 바지와 드로즈를 벗기자 예쁘게도 다리를 벌린다.


그 다리 밑으로 얼굴을 들이민 채 사타구니를 혀를 세워 훑는다. 귀에 박히는 종인의 농익은 신음소리에 아래가 뻐근해진다. 간지러운지 다리를 오므리길래 무릎을 잡아 다시 벌린 채 몸일 일으켜 그 위로 올라탄다. 맞닿은 성기에 허리를 들썩거리며 붉어진 눈가를 한 채 날 올려다본다. 욕 나오게 예쁘네. 종인의 허리 옆에 손을 짚은 채 다른 손으로 곱게 주름진 곳을 찾는다. 손가락 하나를 넣었는데도 느껴지는 조임에 숨을 한 번 고르더니 내벽을 넓히듯 빙빙 돌리다 손톱을 세워 살살 긁는다. 하나하나 느껴지는 자극에 앓는 소리를 내는 종인을 보니 구멍을 풀어주는 것도 멈춘 채 바로 삽입하고 싶은 심정이였다.

어느 정도 자리가 났는지 손가락을 뺀 백현이 아까부터 잔뜩 서 있던 성기를 잡아 애태우듯 문지르다 곧 입구에 맞춰 조금씩 힘을 줘 삽입한다. 아픈 지 아랫입술을 꼭 깨문 채 있길래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입술을 풀어준다. 반쯤 삽입된 상태에서 종인을 달래려는 듯 얼굴 곳곳에 입 맞추다 곧 단번에 힘을 줘 뿌리 끝까지 삽입한다. 침대 시트를 꼭 쥔 손이 앙상해보여 한 손을 맞잡은 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집 안에 찔꺽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 했다. 길게 뻗은 종아리가 낭창거리며 흔들리고 아픔은 가셨는지 교태를 부리는 듯 앙앙거린다. 내벽 깊숙하게 치고 느릿 빼더니 종인의 몸을 돌려 눕혀 엉덩이만 잡아 치켜세운다. 척추 옆으로 자리한 근육이 보이자 그 골을 따라 손으로 만지다 곧 다시 종인의 내벽을 찾아든다. 음모가 닿을 정도로 깊이 넣자 그 여린 팔이 흔들린다. 풀어진 내벽에 움직이기 수월했는지 아까보다 배려없이 종인의 안을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종인의 신음소리는 더 짙어지고 커졌다.


“흣, 흐응..아아,앗..! ㅈ,좋아..하앙! 흣, 아,읏!”


종인의 등 위로 겹치듯 상체를 숙인 백현이 앙상하게 솟은 날개뼈 위를 이를 세워 잘근거린다. 여전히 허리는 움직인 채 종인의 여린 살을 자극하니 못 참겠는지 종인은 발끝이 오므라든다. 종인의 허리를 내려 침대 위로 완전히 엎드리게 눕히고 다리를 더 벌리게 한 채 엉덩이를 찰싹 소리날 정도로 때린다. 제 무릎을 약간 더 세워 허벅지를 더 벌리게 하며 허리를 움직이다 흥분에 젖은 얼굴이 보고 싶어 뒷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거의 울 것처럼 붉어진 눈에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짐승마냥 헉헉대며 내벽을 찌르다 종인이 내던 신음소리보다 더 교성 짙은 소리가 나오는 포인트에 머릿속에 새하얘질 정도로 폭주했다. 열이라도 나는 듯 교합 부위가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내벽 깊숙한 곳에 제 씨를 뿌리고도 아쉬웠는지 몇 번 더 움직이다 빼니 굵직히 자리 잡았던 게 빠져서인지 여전히 뻐끔거린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에 몇 번 고개를 젓다가 축 늘어진 종인의 곁에 누워 발갛게 오른 엉덩이를 잡아 만진다.


“여긴 더 하자고 하는데 종인아.”



*



새벽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 잠이 든 거 같다. 아니, 지쳐서 뻗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스레한 빛에 눈이 떠져 몸을 일으키는데 어제 상황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허리 아래서부터 아릿함이 느껴진다. 짧게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반쯤 일으키는데 침대 옆에 몇 개나 뜯었는지도 모를 콘돔 봉지가 눈에 띄었다. 괜히 마음이 복잡해져 마른 세수를 하는데 왜 벌써 깼냐며 제 허리를 감싸길래 다시 백현의 옆에 누웠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웅얼거리며 제 등 뒤에 얼굴을 파묻으니 백현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잡는다.





“종인아.”

“네? 자는 거 아니었어요?‘

“앞으로 여기서 지내. 나랑 다니고.”


잠이 덜 깨 잠긴 목소리였지만 꽤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나를 더 끌어안아 밀착하며 하는 말에 괜히 입술만 달싹인다. 백현은 대답 없는 날 수긍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귓불을 잘근거리다 귓가에 꽤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그 다정함에 홀렸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백현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



워낙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같이 다니면서 덩달아 나까지 기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한 번은 밤 늦게 스케쥴이 끝난 백현과 함께 근처 드라이브를 나갔을 때 발견한 카메라에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를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놀람도 몇 번 겪다보니 적응이 됐는지 기자들 사이에서 백현의 새로운 연인이라는 나를 몇 번 찾아오는 기자들도 묵묵부답으로 피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아마 백현과 찍은 뮤비가 공개돼서 더 관심이 쏠렸는지도 모르겠다. 연일 연예뉴스에선 백현에 대한 얘기였고 덧붙여 내가 누구냐에 대해도 궁금해했다.



지금처럼 패션쇼에 같이 온 날이면 코앞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니 눈이 아플 지경이였다. 나와 백현을 찍던 기자들이 일제히 내 옆에 앉은 누군가에게 시선을 돌려 그를 찍기 시작했다. 백현은 이미 누군지 아는 눈치였는지 세훈이 앉은 쪽을 흘겨보다 별안간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등 뒤로 숨기길래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백현의 지인들 모임에 몇 번 갔었을 때도 봤었고 그와 친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세훈이였다.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표정과 기자들을 대하는 여유에 역시 유명인은 다르구나 생각하며 이제 막 시작하려는지 어두워진 조명이 비친 런웨이만 보고 있는데 귓가 가까이에서 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현이형 애인?”



딱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세훈이 흥미로운 듯 날 보다 슬몃 백현이 안 보이게 내게 핸드폰을 건넨다.

“종인씨랑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처 좀 알려줘요.”


백현과의 사이가 그저 친한 줄만 아는 종인은 낯익은 세훈에게 괜찮겠지 싶어 키패드에 자신의 번호를 누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훈은 흘깃 백현을 보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서 종인의 번호가 찍힌 화면을 보곤 한 번 더 귓가 가까이에 다가오는데 입술이 닿을 듯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움찔하니 덩달아 백현과 잡은 손도 움직였는지 쇼에 집중하던 백현이 그제야 나를 본다. 세훈과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손을 끌어 제 쪽으로 당긴다. 백현은 보는 눈들도 많고 차마 종인에게 세훈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맞잡은 두 손에 더 힘을 줄 뿐이였다.





*




“변백현이 끼고 다니는 애가 얘야?”


꽤 친한 기자와 식사를 하던 도중 내게 사진을 보여주는데 얼마 전 백현의 뮤비에서도 봤던 얼굴이였다. 꽤 파격적인 키스신이 기억에 남아 누군가 했었는데 같은 소속사 신인 모델이라고 했다. 백현의 집에서 살다시피 한다며 백현과 함께 주차장에서 찍힌 사진을 보니 둘은 꽤 다정해보였다. 젓가락도 내려놓은 채 그 사진을 유심히 보다 살풋 웃어보인다.


“형 자리 좀 만들어줘요.”




백현과 데뷔 동기라 어울려 노는 지인들이 다 비슷해 얼마 전 같이 식사를 한 기자 덕분에 쉽게 종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 백현의 옆에서 꼭 붙어있던 종인을 보고 내심 구미가 당겼더랬다. 백현도 그 동안 만났던 애들과 다르게 유달리 종인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잔에 담긴 술을 비운다. 저 순진한 얼굴로 밤마다 울어댈거라 생각하니 절로 아래가 뻐근했다. 백현이 이렇게 아끼는 사람이니 확실히 엿 먹이겠다 싶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거 같다.



종종 지인들 모임에서 몇 번 본 종인에게 가까이에서 말한 건 처음이었다. 오고가면서 났던 미미한 향이 코 끝에서 진하게 느껴졌을 때 이래서 변백현이 그렇게 감싸도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 하나 놓칠 것 없이 사람을 매료 시키는 아름다운 피조물이 김종인이었기에.



*



종인의 연락처를 알아낸 며칠 후에 잡지 촬영차 간 장소에서 우연찮게 종인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백현은 어디 갔냐 물으니 지방 촬영 갔다며 늘 옆에 있던 백현이 없어서인지 긴장한 눈치길래 어깨에 손을 올려 몇 번 다독여준다.


“오늘은 내가 옆에 있을게요.”



흰 티와 청바지를 입어도 김종인은 같이 촬영하는 무리에서도 제일 빛이 났다. 몽환적이고 독보적인 분위기에 사진 작가도 좋았는지 나중에 같이 작업하자며 종인을 칭찬한다. 촬영하면서도 종인에게 표정이라던가 포즈를 알려줬고 아직 동료가 없는 종인이 위축되지 않게 잠시 쉬는 시간에도 계속 종인과 함께 했다. 오후 내내 이뤄진 촬영은 저녁이 돼서야 끝이 났고 다들 녹초가 돼서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각자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장을 나간다.


“저..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시간 되시면 같이 저녁이라도 먹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촬영장을 정리하는 스태프들 틈에 빠져나와 먼저 내게 다가온 종인이 살갑게 웃으며 내게 묻길래 나야 좋다며 종인을 따라 웃어보였다.

“아, 근데 밖에서 먹기엔 보는 눈이 많아서. 우리 집에 갈래요?”


“아, 그거는..좀 곤란해요.”

“그럼 종인씨 집에 가면 되겠다.”

“저 백현이형이랑 같이 살아서 가도 될지..”


역시나 같이 사는 게 맞았구나. 백현과 같이 산다며 고민하는 종인에게 살풋 웃으며 어깨에 손을 올리다 귓불을 살살 매만진다.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종인씨 있어서 집에 자주 못 놀러갔지. 서로 집에 자주 갔었어요.”



내 말에 그제야 안심이라도 됐는지 그럼 우리 집에 가자는 말에 종인 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이가 틀어진 후 거의 몇 달 만에 와본 백현의 집이었다. 저번에 봤을 때랑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하나 바뀐 게 있다면 집 안에서 종인의 향이 느껴진다. 그리고 뭐든지 두 개씩 있다는 것도.


“서로 피곤한데 술 조금만 마시고 자요. 오늘 힘들었죠?”


그래도 제법 익숙한 듯 냉장고에서 술을 꺼냈다. 등을 돌린 채 술을 따라 식탁 의자에 앉은 종인에게 건네며 맞은편에 앉는다. 종인은 꽤 강행군이었던 촬영에 갈증이라도 느꼈는지 술잔을 받자마자 단숨에 비워냈다. 천천히 마셔요. 얼마든지 있으니까. 식탁 위에 있던 조명만을 킨 채 술을 마시니 지금이라도 당장 종인을 눕혀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조명 탓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종인의 뺨에 손을 올린다.

“무리하지 말고 지금 누워요.”

세훈은 이미 첫 잔을 비운 종인이라 몇 잔 마시지 않았지만 힘들면 누우라고 하니 종인은 피곤에 지친 몸에 금세 취한 것처럼 느껴져 바로 몸을 일으킨다. 침대 위로 눕는 종인을 보며 마지막 잔을 비운 세훈이 뒤따라 종인의 옆에 누워 손 위로 머리를 괸 채 이불 끝까지 덮은 종인을 본다. 이 침대에서 둘이 몇 번이나 뒹굴었을까. 더 해달라고 매달렸겠지. 어딜 만져주면 좋아하려나. 허리? 허벅지? 종인을 앞에 두고 저급한 상상을 하다 보니 귓가에 박히는 종인의 앓는 소리에 부드럽게 흐드러진 머리를 쓰다듬는다. 제 손길에 몸을 돌아 바로 누운 종인이 슬몃 뜬 눈에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어디 아파?”


제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제 품에 파고들 것처럼 안기며 가빠지는 숨을 색색거린다.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다가 귓불을 만져주니 그 앓는 소리가 더 커진다. 내 손길에 움찔거리며 겨우 눈을 뗀 종인이 나를 올려다본다. 나 몸이 이상해요.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드러나는지 내 옷을 꼭 쥐고 있는 종인의 손 위로 내 손을 겹쳐 올린다. 아프면 말해요. 안 아프게 해줄게.

단순히 술 때문에, 촬영 때문에 밀려온 피로라 생각한 종인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제 품을 더 파고들며 물기가 가득 든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하..나, 나 좀 안아줘요.”




종인의 말에 겨우 참고 있던 욕정을 드러낸다. 아직 떼 묻지 않은 여린 몸에 약이 들어가니 효과가 배로 나타났다. 종인의 위로 올라타 티셔츠를 벗겨버리며 뒷머리채를 살짝 쥐고서 목덜미에 이를 세워 깨문다. 자극 하나하나에도 크게 반응하는 종인의 몸에 바로 바지를 벗겨버린다. 종인이 먼저 제 허리에 다리를 감아올리자 드로즈 위로 엉덩이를 소리나게 내리친다. 입술을 물고 늘어져 누구의 타액인지도 모를 액체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입 맞추며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성기를 잡아 흔든다.


“후으, 변백현 밑에서도 이랬어? 어?”

아까 그 자상했던 세훈은 온데간데없고 이를 세운 채 종인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맹수처럼 보였다. 작게 솟은 유두를 입에 담아 깨물며 잘근거리며 손을 내려 사타구니를 만진다. 여린 살을 만지니 갸르릉 거리며 내 이름을 부른다. 약에 취해 누구한테 안겨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더 적극적인 종인의 몸을 돌려 엎드려 눕힌다. 선이 예쁜 어깨부터 뒷목, 날개뼈까지 제 흔적이라도 새길 생각인지 진득하게 물고 고운 살결을 빨아올린다. 계속 되는 자극에 종인이 다리를 더 벌리며 엉덩이를 흔드니 잔뜩 성이 나 있는 세훈의 성기가 꿈틀거린다. 풀어줄 생각도 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굽히게 하더니 엉덩이를 양 쪽으로 적나라하게 벌린 뒤 계집마냥 젖어있는 입구에 지분대다 곧 살을 가른다.


“하으,하아. 읏! 아..아파..하응, 아읏! 하, 하앙!”



팔꿈치를 굽혀 손을 깨문 채 앙앙거리는 종인의 어깨를 단단히 잡은 세훈이 처음부터 속도를 내며 몰아붙인다. 퍽퍽.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집 안을 크게 울리고 그 소리 못지않게 종인의 달뜬 소리가 가득 찬다. 내벽 안 빈틈 없이 들어찬 성기에 아픈지 눈을 감은 채 받아내고 있는 종인에게 묘한 정복감이 일었다.


“하아, 종인아. 후. 변백현 생각은 나?”


변백현의 이름에도 약에 취한 김종인은 색정적인 소리만 낼 뿐이였다. 그대로 종인의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게 하더니 손으로 벽을 짚게 하고 골반을 잡고 빼니 허리가 예쁜 곡선을 그리며 휜다. 아까보다 수월하게 삽입해 더 깊게 치대니 종인은 애꿎은 벽만 긁는다. 엉덩이가 달아오를 때까지 세게 내리치고 상상만 했던 저급한 농담도 하면서 종인을 안았다. 밀려오는 사정감에 내벽 안 씨를 뿌리고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종인의 몸을 범했다. 땀과 애액들로 젖은 침대 시트 위로 종인을 눕혀 내 어깨 위로 발목을 올리며 그대로 삽입한다. 고개를 젖히며 눈을 질끈 감은 종인이 제 이름을 부른다.


발목에 입 맞추며 아까 찾은 스팟을 찌르니 흥분감에 못 이겨 교성을 지른다. 그 모습에 작게 욕지거리를 한 채 무릎을 굽혀 세우고 종인의 무릎 안쪽을 잡은 채 허리를 움직인다. 제 머리 위로 손을 올린 채 날 올려다보는 종인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 거센 움직임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종인의 안을 질척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했는지 찔꺽거리는 소리에 괜한 쾌감이 들었다. 종인은 마지막 정사 이후로 거의 쓰러지다시피 잠이 든 거 같았다. 제게 몇 번이나 유린 당한 몸을 보고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주워들어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거칠었던 숨이 안정될 때쯤 카메라 버튼을 누른다. 나체로 뻗어 잠 든 종인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종인의 옆에 누워 제 품에 가득 안았다. 이 사진 보면 변백현이 널 어떻게 할까.





*



“형 저 애인 생겼어요.”


그 날 이후 몇 주 지나지 않아 백현이 참석한 지인 모임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본 백현에게 살갑게 웃으며 옆에 앉으니 경계하는 듯 날 선 눈빛으로 날 본다. 아직 그렇게 보기 이른데. 애인 생겼다는 말과 함께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를 찾다가 그 날 찍은 사진을 백현에게 보여준다.


“어때요 형?”


술을 한 모금 비워내고 백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 그 사진을 같이 본다. 백현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주먹을 꽉 쥐었다가 세훈의 핸드폰을 반대편 벽 쪽으로 던져버리고 날 죽일 듯 노려본다. 하지만 백현은 여기에서 주먹질할 사람은 아니란 걸 알았기에 세훈은 여유롭게 백현을 쳐다보니 곧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백현의 모습에 놀란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왜 저러냐고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몰라요. 애인이 바람이라도 폈나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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