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_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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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th Jul 2015 from TwitLonger

[종총] ANIMALS


집으로 성적표가 날아가게 신청한 것은 매우 바보같은 짓이었다. 세훈은 세과목에서 낙제를 받았다. 낙제를 받은 세 과목 중 두개는 아예 기말고사를 치지도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의 주립대학에 아들을 보낸 것을 자랑스러워 하던 아버지는 그 결과를 받아들고 불같이 화를 냈다. 세훈은 요란한 수화기에서 귀를 멀찍하게 떼며 이미 지나간걸 어쩌라고요, 하고 삐딱하게 받아쳤다.

-용돈을 끊어버릴거다

농담인 줄 알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돈이 많은 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부에 별 관심도 없는 세훈을 기어이 먼 미국 땅에 보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용돈같은건 또래애들에 비해 넘치게 받았다. 그 많은 걸 다 써버려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어머니가 잠들기 전인 시간에 대충 시차를 계산해 우는 소리로 막내 아들이 얼마나 이 타지에서 서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엄마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인데 갈 수가없어 마음이 괴롭다고 축축한 목소리로 투정하면 마음이 약한 어머니는 대뜸 마음도 서러운데 돈없이 기죽지 말아야 한다고 아버지 몰래 많은 돈을 부쳐주곤 했다. 여기서 공부하는 대부분 또래 한국애들이 방과후에 피자집이나 주유소에서 알바를 하거나 하는 것은 세훈과 관련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하는 겁박도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엄마?"

아버지가 워낙 난리잖니. 비행기 값만 보내라신다. 방학 때 너 한국 들어오라고.

"미쳤어?"

세훈이 짜증스럽게 수화기 너머의 말을 잘랐다. 아버지의 호통소리가 수화기 너머에 고래고래 울렸고 세훈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계좌를 확인해보자 정말로 한국으로 오는 편도행 비행기 티켓값만 야박하게 들어 있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세훈은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이."

토요일 오전부터 문을 두드리는 씹쌔끼 면상이나 보자 싶어 문을 벌컥 연 앞에는 세훈이 비스듬히 문가에 기대 서 있었다.

"넌 경우도 없냐?"
"좀 들어가도 되지?"

대답을 듣지도 않고 세훈은 백현의 어깨를 밀치며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새끼야, 신발 벗고 들어 와."

미국에 비비고 산 지 오래 되어도 얘네 신발 신고 집에 들어오는 문화는 영 적응이 안된다고 백현이 죽어라 고수하는 것이었다. 하필 새벽부터 내린 비로 세훈의 워커는 흠뻑 젖어 있었고 백현이 큰 마음 먹고 산 프랑스산 러그를 지분지분 적시고 있었다. 백현은 그걸 내려다보며 파르르 떨다가 왜 아침부터 사람을 열채이게 하냐고 바락바락 신경질을 부렸다.

"돈 받으러 왔지."
"뭔 소리야."
"형 이러기야?"

세훈은 1인용 소파에 아무렇게나 눕듯이 앉아 어이가 없다는듯 백현을 올려다 보았다. 브리프 한장만 덜렁 걸친 백현이 카우치 위에 아무렇게나 늘어진 큼직한 숄을 제 맨 어깨에 두르더니 협탁위의 담배를 집어 들었다. 눈썹이 불안하게 꿈틀거렸다.

"천천히 갚아도 된다매...."
"비상사태야. 우리집에서 돈 끊었어."
"세상에, 너 무슨 살인이라도 저질렀냐?"

담배 끝을 앞니로 질겅거리며 문 백현이 놀랍다는듯 부정확한 발음으로 웅얼댔다.
백현과 세훈은 한 하우스 클럽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한국인이라는걸 이유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백현은 대학을 다니지 않고 시내의 한 앵글바에서 바텐더로 일했다. 성격은 유쾌하고 호방했다. 누구나 그를 만나면 그를 좋아하게 되어 있었다. 부업으로 -백현은 부업이라고 늘상 강조한다- 대마초를 몰래 팔았다. 바텐더 일을 하며 버는 돈보다 백현은 '부업' 으로 더 많은 돈을 만졌다. 대마초 장사는 돈벌이가 괜찮았다. 백현은 뉴올리언스 산 대마초를 담배처럼 말아 매끈한 금속 담뱃갑에 넣어 팔았다. 얄팍한 한 개비에 80센트였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는데 질이 좋은 편이라는것 같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주사기에 담긴 모르핀도 팔았다.

질겅거리던 게 담배인 줄 알았는데 대마초였던 모양인지 담배보다 풍성하고 매운 연기가 공기 중에 확 퍼졌다. 그거 알아? 대마초에 중독되면 발기부전이 온대. 세훈이 심술궂게 한마디 했다.

"그건 다 개소리야. 난 아직 죽여준다고."

백현이 수탉처럼 가슴을 앞으로 주욱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거실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바닥에 옷들이 허물처럼 아무렇게나 벗겨진 채 흘러 있었다. 밤손님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자야? 남자야?"

세훈의 물음에 백현은 볼이 패일 정도로 필터를 빨아 당기다 웃음과 함께 연기를 뿜었다. 넌 아직 나를 잘 모르는구나?

“가끔은 여자랑도 자잖아?”
“그런 ‘실수’를 자주 하지는 않아.”

세훈도 알고 있지만 백현은 쾌활한 게이였고 앞서 말한 것처럼 약에 지독하게 취하거나 술이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가끔 여자를 데리고 자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의 상대는 남자였다.

“난 여자를 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너무 부드럽고 살결이 고와서 뭐랄까, 백현은 뜸을 들였다. 감도가 별로 좋지 않아,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들었나보지?”

대부분은 섹스만 하고 집에서 재우지 않잖아?
세훈이 대마초가 말린 채 가지런히 들어 있는 반쯤 열린 담뱃갑의 표면 위에 손톱을 올려 가볍게 두드렸다. 백현이 몽롱한 표정으로 킬킬 웃었다. 일부러 손을 들어 음란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씨발, 하고 느릿느릿 욕을 뱉었다.

“죽이지, 존나 죽여줬지.”

백현의 섹스라이프에 대해 굳이 일일이 알고싶지는 않지만 황홀했다는 듯 온 세계의 욕을 섞어 대는 건 잘 볼 수 없는 모습이긴했다. 세훈이 아는 백현은 상대를 칭찬하고 치켜세우는데 야박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침대 파트너에게도 예외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저 애는 어젯밤 내 손님이었어. 사실, 내가 먼저 섹스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어. 너도 어제 쟤의 죽이는 엉덩이를 봤어야 했는데.”

세훈은 바닥에 허물처럼 널부러져 발목부터 거꾸로 벗겨진 연청바지를 실눈으로 가만히 보았다. 백현이 화장실을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채 흩어지지 않은 대마초의 연기 사이에 멀뚱히 선 세훈은 문이 반쯤 열린 백현의 침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뭐 어땠길래 변백현이 저렇게 정신이 쏙 빠져있단 말인가. 샤워를 하는 듯 백현이 들어간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자 세훈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 섰다. 천천히 걸어 침실로 향하는 길 곳곳에 벗겨진 티셔츠나 속옷 같은 것들이 한데 섞여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침실 문을 열자 보이는 건 백현의 킹사이즈 침대 한가운데 엎드린 짙고 미끈한 맨등짝이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그 초콜릿색 등이 느리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이불은 엉덩이 바로 위쪽까지 덮혀 있었다. 엉덩이가 죽인다더라, 세훈은 뚜벅뚜벅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세훈의 워커 밑으로 뭔가 미끈한 것이 밟혔다. 지익, 하고 신발이 바닥을 긁으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사용한 콘돔이었다. 세훈이 조금 불쾌한 얼굴로 허리를 굽혀 제 신발바닥에서 그걸 떼어내는 사이 침대에 누운 남자가 조금 뒤척거렸다. 아슬하게 엉덩이를 덮고 있던 이불이 스르륵 아래로 흘러 내려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벌겋게 달아 있는 올라붙은 엉덩이가 드러났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붉었다. 박아대면서 엉덩이도 때린 모양이었다. 손을 쫙 펴서 꽉 쥐면 탱글하니 손아귀에 뿌듯하게 쥐일 것 같다. 세훈은 양 주머니에 꽂은 손가락을 주머니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몸매가 일단 환상이었다. 종아리가 늘씬하게 길고 마른 다리였지만 허벅지엔 예쁘게 근육이 붙어 있었다. 솟은 엉덩이와 푹 패인 허리와 등뼈를 타고 오르면 훌륭한 등근육이 도드라진 맨등판과 멋지게 벌어진 어깨가 있었다. 목 쪽 파랗게 깎인 머리카락은 야한 분홍색이었다.

“이렇게 멋진 애가 있었어?”

비슷한 구역 쪽에 사는 한국인들은 대충 다 얼굴을 튼 사이였는데 처음 보는 애였다. 세훈은 멋진 엉덩이에서부터 불그레한 복숭아뼈까지 천천히 그 미끈한 다리를 훑었다.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새벽까지 혹사 당했을 그 쫀쫀한 구멍에 손을 밀어 넣고 싶다. 뻑뻑하니 조일까, 아니면 부드럽게 손가락을 집어 삼킬까.

질겅 질겅, 세훈이 아랫입술을 씹는다.









“쟨 사실 박찬열이 요새 끼고 사는 애야.”
“뭐라구? 둘이 친한 거 아니었어?”
“친하지.”
“찬열이 형은 알아?”
“모르지.”

바보냐, 그걸 알면 그 새끼가 날 가만 두겠어?
세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그런데도 잤다고? 게다가 먼저 꼬셔서?

“너도 봤잖아, 쟤 엉덩이는.....”

백현이 풉, 하고 입을 막고 웃었다.

“보는 것 보다 가르고 들어가는 게 환상이야. 박찬열이 왜 홀딱 빠졌는지 알겠어.”

백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토스트에 잼을 넓게 펴 발랐다. 커피 내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백현은 덜 말린 머리에 아무렇게나 티셔츠를 끼워 넣었다. 옷을 입으면서 토스트를 씹고 라디오를 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하게 내려진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제 앞에 끌어 두었다.

“뭔 상관이야. 박찬열이 끼고 살아도 쟨 박찬열꺼 아닌데.”

백현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쟨 자기 인생을 사는 애야. 어젯밤 종인이는 나랑 섹스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한거고. 박찬열은 기분이 나쁠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 화를 내지는 못해. 둘은 아무 사이아니라니까?”

와삭, 토스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백현의 이 아래서 부서졌다. 세훈은 백현이 권하는 브런치들을 모조리 거절하고 그가 내 준 오렌지 주스만 홀짝거렸다.

“그리고 쟤는.”

백현이 비밀스러운 것이라도 알려주려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덩달아 세훈이 백현 쪽으로 바짝 다가붙었다.

“자기를 못 줘서 안달난 애야.”
“응?”
“자기랑 자면 상대가 기뻐하는걸 아는거야. 자기가 잘하는걸 아는거야. 자기가 죽이는걸 누구보다 더 잘 아는거지.”

세훈이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을 때 맨 몸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티셔츠를 아무거나 집어 몸에 끼운듯한 종인이 비척이며 주방으로 나오고 있었다. 품이 좀 넉넉하거나 길이가 길었다면 완벽하게 그의 엉덩이와 성기가 감쪽같이 감추어졌겠지만 그가 잠기운이 덜 가신 몸으로 바닥에서 주워입은 것은 백현의 티셔츠였다. 백현도 어깨가 팽팽하긴 했지만 덩치는 그가 더 컸으므로, 티셔츠 아래 엉덩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보였다. 그가 길게 몸을 펴서 주욱 기지개를 폈다.

‘SUCK ME, BABY.’

티셔츠 등판에 적힌 문구가 퍽 노골적이었다. 그 티셔츠 아래 올라붙은 엉덩이를 보고 세훈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둔통이 느리게 일었다. 박찬열의 손은 너무나 아프다. 너무 크고.
종인의 살집없는 가슴팍을 일부러 움켜진 찬열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 앉아 있었다. 가면같다. 평소엔 생글생글 잘 웃는데, 가끔 화가 났다 싶으면 이렇게 싸늘하게 군다. 백현의 집에서 데리러 오라고 찬열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백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찬열의 레인지 로버는 얼마나 빨리 달려왔던지 보닛 근처에만 가도 열이 펄펄 끓었다. 종인은 새 친구를 사귀었다. 백현은 그를 세훈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생이고, 돈이 존나 많아. 세훈은 안녕 하고 무뚝뚝하게 인사했다. 세훈과는 얼마 말을 나누지 못했다. 찬열이 급하게 도착한 탓이다. 찬열은 세훈을 아는 것 같았다. 길게 몇마디 나누지는 않았지만 언제 한번 보자는 어렴풋한 약속을 잡았던 것 같기도 했다. 종인은 그의 차 조수석에 앉아 세훈에 대해 물었다. 몇 살인데? 어떻게 아는 사인데? 쟤도 게이야?

“닥쳐.”

찬열이 사납게 말허리를 뚝 잘랐을때야 종인은 입을 다물었다. 무서워서라기보다는 화를 돋우면 나중이 피곤한 걸 잘 알아서였다. 종인은 찬열의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얌전히 굴었다. 집에 도착한 찬열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거의 피부처럼 다리에 달라붙은 종인의 엄청난 스키니진을 사납게 아래로 벗기고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끼워 넣는 것이었다. 적잖이 입구께가 부어있었다. 그때부터 찬열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누구야, 변백현이야? 아님 오세훈이야. 아님 둘 다야?
종인은 눈을 얌전히 굴리다가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백현이 형.”
“죽고 싶냐?”
“아파.”

이러지 좀 마, 티셔츠가 머리위로 벗겨지며 아무렇게나 엉킨 머리카락을 탈탈 털며 종인이 벌컥 짜증이었다. 가슴팍에 얼룩덜룩 빨린 자국이라도 남겨 왔으면 더 폭주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찬열을 더 짜증나게 하는 그런 자욱은 보이지 않았다. 상체는 말끔했는데 허벅지 안쪽 연한 살이 잔뜩 씹혀 얼룩덜룩 한걸 보고 찬열이 숨을 다시 한 번 골랐다. 제 허벅지를 양 옆으로 벌려 그 연한 살을 무섭게 노려보는 찬열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종인은 제 벗겨진 바지의 뒷주머니를 뒤져서 매끈한 담뱃갑하나를 꺼냈다. 듀퐁 라이터처럼 입구를 비틀어 열면 챙, 하는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종인은 그걸 느리게 열어 가늘게 말린 하나를 꺼낸 뒤 두툼한 입술 사이에 밀어 넣었다. 찬열이 종인의 허벅지 양 옆을 벌려 놓고 불그름한 흔적 위에 느리게 손가락을 가져다 쓸었다.

“좋았냐?”
“응.”
“나랑 하는 것 보다?”
“그런 걸 왜 물어 봐? 상처받으면서.”

김종인이 입을 쫑긋거리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찬열은 벌어진 종인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찬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아랫배를 간지럽혔다. 종인은 느리게 입술에 문 것을 빨이 들으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혀를 내어 아직 서지 않은 것을 부드럽게 사탕처럼 입안으로 굴렸다. 종인이 간지럽다는 듯 킥킥 웃었다. 웃음 사이로 진한 연기가 픽픽 샜다. 이내 종인의 것이 착실히 크기를 키우자 입안에서 빼낸 찬열이 큰 손바닥으로 완전히 크기를 키운 것을 대충 위아래로 쓸어 내렸다. 종인의 눈이 거진 풀려 있었다.

“찬여라.”

종인이 실실 웃으며 발음을 흘렸다.

“열아, 더 빨아 바.....”

기분 좋다, 응?
찬열이 기가 찬다는 듯 종인의 양 허벅지를 더 넓게 벌렸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종인이 벌러덩 상체를 뒤로 눕혔다. 마른 배가 할딱거렸다. 왼손에는 아직 다 태우지 않은 개비를 쥐고 찬열이 혀를 세워 성기를 핥는대로 몸을 배배 꼬았다. 펠라로만 사정에 도달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적당히 몽롱할 때는 온 몸의 감각이 몇배로 증폭되었다. 작은 자극에도 온 몸이 쉽게 달았다. 이내 찬열의 뺨과 종인의 아랫배에 묽은 액체가 툭, 툭 떨어졌다.

“열아, 너도 잘하냐? 잘해 봐, 백현이는 잘하더라.....”
“씨발년.”

찬열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늘어진 종인의 몸을 제 쪽으로 끌어 당겼다. 순순히 끌려 오면서 시트에 부비작대던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헝클어졌다. 찬열은 봐주기가 싫어졌다. 그냥 아프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리를 무작정 벌리고 제 버클만 끌러 성기를 내놓은 채 부은 입구에 몇 번 부비다 물기없는 그 곳을 아무렇게나 파고 들었다.
종인의 입에서 악 소리가 터졌다. 뻑뻑해서 넣는 쪽도 아팠다. 좆대가리 다 까지겠네, 찬열은 씨근거리며 허리를 무식하게 밀었다. 뿌리 끝까지 겨우 밀어 넣었을 때 종인의 눈가에 눈물이 터져 있었다. 끅, 끅 하고 숨을 할딱이며 서러운 소리가 난다.

“세훈이....”

입에서 다른 이름이 터졌다. 거칠게 군 미안함에 다정히 몸을 내려 키스하려던 찬열의 입매가 일자로 꾹 다물렸다.

“잘생겼더라....헤......”

키스하려던걸 멈추고 찬열은 고개를 내려 벌겋게 단 귓바퀴를 깨물었다. 종인이 아야, 하고 느리게 투정했다.

“섹스도 잘하겠지?”
“그게 왜 궁금한데.”
“잘 할거 같아서.....”

너 지금 나랑 하고 있잖아, 미친 놈아.
찬열의 손이 사납게 종인의 머리채를 틀어 쥐었다. 종인이 끄는 대로 딸려 오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입은 계속 종알거렸다.

“걔 자꾸 내 엉덩이 보더라.....”

더 듣기 싫다는 듯 찬열이 종인의 입술을 집어 삼키며 쿵, 하고 허리를 끝까지 밀었다. 고통을 참지 못해 허벅지와 엉덩이에 근육이 바짝 서면서도 온 몸의 감각이 팽창된 종인의 성기가 서서히 단단해 지기 시작했다. 이내 맞붙은 아래에서도 찔걱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찬열은 헉헉거리는 숨을 종인의 마른 가슴팍에 오롯하게 쏟아 내었다. 손을 내려 엉덩이를 꽉 쥐자 성기를 담은 구멍이 조금 수축했다. 느리게 사정감이 끓었다. 그러나 쉽게 놓아주지 않기 위해서 숨을 고르며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세훈은 종인을 백현이 일하는 앵글바에서 다시 만났다.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분홍색이었던 머리가 차분한 까만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툴 의자에서 힘없이 의자만 팽팽 돌리고 있다가 마침 들어오는 세훈을 보고 새삼 낯이라도 가리는 듯 세훈의 반대쪽으로 의자를 픽 돌렸다. 능청스럽게 농담을 하며 제 앞의 여자 손님 둘에게 칵테일을 멋있게 만들어 준 백현이 마침 들어오는 세훈을 보고 종인의 옆의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 그랬다.

“김종인, 낯가려?”

세훈을 보고도 비스듬히 등돌린 자세로 다른 벽만 보는 종인을 보고 백현이 웃기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니야.”
“뭐야 삐졌어? 왜 이쪽을 안 봐.”

백현이 일부러 장난기가 돌아 바 너머로 몸을 내서 종인의 어깨를 잡고 세훈 쪽으로 강제로 돌렸다. 놀란듯한 눈이 마주쳤다. 짙은 쌍꺼풀이 진 눈매가 축축했다. 우는 건 아닌데 원래 저렇게 생겨먹은 것 같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눈. 야한 눈.

“찬열이는 늦는다던데.”

핸드폰이 없는 종인은 백현의 가게로 와서 찬열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 만날 시간을 잡거나 언제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는지를 알아가곤 했다. 종인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백현은 세훈의 어깰 툭 쳤다.

“너 얘 데리고 나갔다 와.”
“어?”
“난 지금 일하는 중이잖아. 물론 너넨 다 큰 애새끼들이지만 내가 계속 돌봐줄 수가 없다고.”
“누가 돌봐 달래?”
“그럼 나 일 끝날때까지 기다릴래? 김종인. 네가 말해 봐. 안지겨워?”

지겨워, 하고 느린 목소리가 비죽 나온 입술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어딜 가라고. 지금 밖에 비오고 있어.”

세훈은 젖은 제 어깨를 가리키며 항변했다. 백현은 팔짱을 끼고 둘을 번갈아 보더니 주머니를 뒤져 열쇠 하나를 세훈에게 툭 던졌다. 급하게 손을 뻗어 잡은 세훈의 손아귀에 백현의 집 열쇠가 잡혀 있었다.

“우리집 알지? 여기서 안 머니까 둘이 놀고 있어. 나 일 마치면 데리러갈테니까. 박찬열한테도 거기로 바로 오라고 말해놓을게.”

단 둘이? 세훈이 눈썹을 구겼다. 뭐라 말하려던 백현은 마침 한 무리의 손님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바람에 둘에게서 자연히 관심이 멀어졌다. 세훈은 먼저 일어서서 종인을 툭 쳤다. 젖은 눈망울이 저를 올려다보았다.

“나가자. 여기 있음 뭐할래.”

그제야 종인이 비척비척 세훈을 따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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