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mioxo

파슬리 · @lomioxo

9th Jun 2015 from TwitLonger

[찬첸슈] 꽃. 늦었지만 참여해 보고싶었어요 ㅂ0ㅂ @trianglexo #삼각전력


[찬첸슈] 꽃


"찬열아, 오늘 우리집가서 숙제하자."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이름하에 강제로 학교에 붙들려 생각없이 책만 바라본 지 2시간이 지나갈때쯤 옆자리의 종대가 슬쩍 귓속말을 걸어왔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종대가 마냥 귀여워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귀를 살짝 잡아당겨 숙제만? 하고 떠봤더니 금새 종대의 목까지 복숭아빛으로 물들었다. 종대는 우물쭈물 뭘하잔건아니고오. 말꼬리를 늘였다. 제 얼굴에 열이 오른 걸 아는지 목을 감싸며 찬열아. 하고 불렀다.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그 말은 고요한 내 마음에 큰 돌덩이를 던진것과 같은 파장을 일으켰다. 반쯤 감겼던 눈을 번쩍 뜨고 빤히 쳐다보니 입꼬리를 올려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숙제만 할 수 있겠어어?"

내가졌다. 두 손을 들어 항복의 표시를 하자 종대는 고개를 숙여 억지로 웃음을 참기위해 끅끅댔다. 이쯤되면 나는 김종대가 던지는 작은 돌멩이에도 크게 일렁이는 작은 웅덩이 정도가 아닐까. 내가 김종대를 잡아놓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겉보기엔 애교많은 종대가 나에게 매달리는 꼴이지만 실상 나는 종대가 놓은 덫을 향해 달려드는 한마리의 짐승일 뿐이다.

학교를 파하고 종대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아무도 없는데 숙제말고 뭘할까아. 라면 먹고갈까? 따위의 쓸데없는 농담을 건네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정말 김종대는 라면을 끓여주려고 하고 있다. 종대는 더 맛있는 거 줘야하는거 아니냐는 나의 투정에 '계란 두개 풀어줄께.' 단호한 목소리로 찬장을 뒤졌다. 가장 높은 찬장의 접시를 꺼내려는지 저걸 누가 올려놓은거야아 찡찡대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모르는 척 하려다 잡아내려줬다. 멋있지? 뻔뻔한 내 물음에 종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별할 것 없이 투닥대는 사이 '삐리릭'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열린 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단추 서너개가 풀어진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은 앳된 모습의 남자였다. 어디학교 교복이지. 적당히 밝은 갈색 머리칼도 흐트러져 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동생인가. 종대랑은 다른 의미로 시선을 끄는 외모다. 종대의 집은 자주 빈집이 되는데 외로움을 잘타는 종대의 성격 탓에 그 때 마다 방문했지만, 실로 종대의 가족을 대면 한 것은 처음이었다.

"형? 출장간다고 하지 않았어?"
"연기됐어."

형이구나. 종대에게 간혹 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귀여운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려보이는 한편 의외로 딱딱한 분위기에 놀랐기 때문일까. 내 시선은 계속 주위를 맴돌았다. 신발을 벗으려 발 끝을 향했던 시선이 종대를 지나 나를 향했다. 끝이 올라간 눈꼬리가 묘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친구? 깨끗한 목소리가 덤덤하게 흘러나왔다.

"내친구 찬열이. 우리 형이야. 김민석."

종대는 갑작스런 형의 방문에 둘만의 공간이 깨어진게 아쉬운 건지, 이런짓 저런짓을 하려는 기대에 부풀어있던 나에게 미안한 건지 어쨋든 풀이 죽어 내 팔을 주물거리며 대답했다. 민석이형이 그꼴을 가만히 지켜보는게 느껴져 슬쩍 팔을 빼고 안녕하세요.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라면 먹으려고? 끓여줄께. 놀고있어."

우릴 쳐다보는게 아니라 뒤편의 이것저것 헤집어진 부엌을 향한 시선이었나보다.

김민석이라는 3자의 등장에 이런저런야한짓으로 종대를 괴롭히려던 의지가 푸욱 식어버려 민석이형이 끓여준 라면을 먹고 정말 숙제를 하기위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김종대는 이 상황이 싫지는 않은 모양인데 나는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유난히 목에 간지럼을 많이 타는 종대의 말갛게 드러난 목에 입술을 갖다댔다. 하지마아. 찡얼대는 종대의 목소리가 좋아서 혓바닥을 내밀어 슬쩍 핥았다. 종대는 기겁을 하며 날 쳐냈다.

"우리형 눈치 엄청 빨라. 쉿. 조용히하고 숙제해."

발정난 강아지취급하듯 나를 저지하는 종대에게 풀이 죽어 물을 먹겠다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있을거라 예상했던 민석이형은 샤워를 하는 중인지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겁은 먹어가지고. 종대를 향해 투덜대며 거실에 가만히 앉아 물소리를 듣고있자니 저 안에서 벌거벗고 샤워고있을 민석이형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소리가 멈추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종대는 그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종대야 누워서 잘래? 작게 물었더니 십분마안. 들릴듯말듯 중얼거렸다. 나는 김종대가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걸 잘 안다. 종대야 침대에서 자자. 잘 구슬려 으쌰하고 들어 침대에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준 뒤에 거실로 나왔다.

샤워를 하고 가벼운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을 한 민석이형의 시선이 나를 향해 왜나왔냐고 묻는 듯 했다. 하얀 와이셔츠가 주던 섹시한 느낌이 사라지고 이제는 꽤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의 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더 어려보이기도했고.

"종대 자는데 깰까봐요."

걔 잘자는데. 민석이형은 나를 향했던 시선을 다시 티비로 돌렸다. 혼자 술을 먹은 모양인지 술이가득 찬 잔과 양주한 병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귓가부터 볼까지 불그스름한게 술을 잘 먹는 편은 아닌가보다.

"원래 혼자 술먹어요?"

나는 뻔뻔하게 옆자리를 차지하고 물었다. 가까이가니 달콤한 바디크림냄새가 났다. 붉은 볼이 잘 익은 사과 같았다.

"화장실 저기야."
"저 이 집에 컵이 몇갠지도 알아요."

민석이형은 기가찬듯 웃었다.

"넌 나한테 관심있나본데 난 너 맘에 안들어."

좋아하게 해 줄 수 있는데. 차마 입밖으로 뱉지는 못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민석이형은 그사이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티비 전원을 껐다. 처음 보고 안녕하세요. 인사한마디 했을 뿐인데 왠지 억울했다.

민석이 형은 한숨을 쉬었다.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어린애 달래려는 투로 여지껏 제일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뗐다.

"종대 깨워서 거실에서 놀아. 배고프면 뭐 시켜줄테니까."

술병을 닫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깔끔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고개를 숙인 뒷통수 밑으로 하얀 목이 붉게 물든 게 보였다.
뜨거울 것 같다. 홀린듯이 손을 가져다댔다.
민석이형은 뭐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놀라 손을 쳐냈다. 예의 그 올라간 눈초리를 더 치켜뜨며 나를 노려봤다.

"박찬열이라고 했지. 종대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적당히 해."

눈치가 빠르다더니 정말인가보다. 언제부터 알았을까. 불쾌했을까. 아니면 동생을 아끼는 형의 마음이 작용한걸까. 나는 마음대로 후자로 결론을 내렸다.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아니. 단칼에 대답을 하고 일어서려는 민석이형의 팔을 잡아 끌어내렸다. 내 손이 큰 탓도 있지만 얇은 팔목은 감기고도 남았다. 민석이형은 팔을 빼내려 버둥거리다 미친놈. 욕까지 했다. 한쪽 손을 들어 양 어깨를 잡고 나를 마주보게 하자 조용히 큰 눈을 마주쳐왔다.

"술은 내가 먹었어. 넌 조용히 종대랑 숙제나 하면 돼."

정말이다. 나는 술을 먹지 않았지만 내 앞의 민석이형은 마치 붉게물든 양귀비처럼 나에게 지독한 유혹이었다. 과거 아편에 중독됐던 그들처럼 불그스름한 민석이형의 쇄골 언저리에 입술을 묻고 도드라진 뼈를 따라 핥았다. 민석이형이 손을 들어 내 어깨를 밀어냈지만 꼼짝하지않았다.

"박찬열. 이 미친놈아. 안떨어져?"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불을 지폈다. 쇄골근처를 지분거리다 목 위로 올라가 이를 세워 세게 빨았다. 읏! 민석이형의 짧은 신음소리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종대도 목이 성감대에요."
"미친놈."

욕을 뱉으려는 분홍색 입술이 꽃잎처럼 벌어졌고 내 입술을 가져갔지만 이내 꽉 다물고는 열릴 생각을 않았다. 어깨를 잡고있던 한 손을 내려 헐렁한 반바지 안으로 집어 넣고 앞섬에 가져다댔다. 속옷을 따로 입지 않았는지 맨 살이 그대로 만져졌다. 민석이 형은 반사적으로 내 팔목을 잡고 저지하려했지만 술도 먹었겠다 쉽게 부풀어오르는 반응에 꽤나 당황스러운 모습을 했다.

"하.. 박찬열.."

신음을 뱉는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끊질기게 혀를 쫓았다. 윗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으며 말했다.

"종대는 여기 만져주면 되게 좋아하던데."
"아..! 하지마."

민석이형의 앞을 더듬는 내 손은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김종대가 던지는 작은 돌멩이에도 크게 일렁이던 잔잔한 호숫가에 김민석이라는 크고 화려한 꽃이 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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