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taku_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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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th Oct 2014 from TwitLonger

센티넬버스 AU 3. 여전한 캐붕. 은찬른에 가깝지만 마지막은 건찬입니다.


정부 소속의 센티넬과 가이드들 중 35%에 달하는 대인원에 소집명령이 떨어졌다. 임시 가이드의 동행이라는 불안한 조건에도 백건의 이름이 리스트에 오를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명목은 반정부군의 주둔지 습격, 그러나 지점에 도착했을 때 백건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건물 숲이어야 할 곳이 텅 빈 황무지인 점도 그러했고 살기등등하게 독이 오른 상대들도 그러했고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상관의 표정도 그러했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선 센티넬 탑랭크인 청가람은 여의주를 변형시켜 만든 창을 들고 있었다. 먹구름이 깔리 기 시작한 하늘은 이어질 대규모의 전투로 꽃보다도 덧없이 져버릴 생명을 위로하려는 걸까? 친구 하자는 말로 이어질 구명줄을 얻었던 백건은 이번 임무에서 살아남으면 제일 먼저 주은찬에게 연락을 넣기로 했다. 아마도 그는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게 될 테니.

예고 없이 시작 된 싸움은 센티넬과 센티넬의 전투요, 한 발 물러난 가이드들을 먼저 처리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거라는 걸 서로 잘 알기에 전선에서 물러나는 것조차 허락 되지 않는 메마른 싸움이다. 검은 색 상복 일색을 한 상대의 복부에 발길질을 가해 곱게 접어 나빌레라 해 준 백건은 한참 앞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청가람의 인영을 쫓았다. 꽈르릉, 전기가 가득한 먹구름은 청가람에게 무엇보다도 좋은 전투조건을 충족해주었다. 푸르게 내리 꽂히는 번개에 사람 몇몇과 깨어진 흙덩이가 솟구쳐 올랐다. 강한 충격에 기절한 일부 센티넬들을 보호하고 물러서면서도 정신을 차리면 다시 일어나 덤벼오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중얼거림이 정부군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대의명분, 그게 대체 뭐라고 그 좋은 목숨까지 땅에 버리겠다는 건지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백건도, 청가람도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이해하지 못하니까 싸우는 거다. 황무지에 서있던 단 2개의 건물 중 한 곳의 발코니에 서있던 주은찬은 그렇게 생각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전선에 휩쓸린 자들은 아무도 거기에 그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은찬은 입고 있던 까만 비닐 재질의 우의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단추를 모두 여미고서 아래를 살폈다. 발의 코앞에 떨어진 날벼락에 현우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중이었다. 시선에 고개를 들어 올렸던 현우는 처음으로 주은찬을 발견했지만 일부러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고 달려든 청가람의 창대를 피하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보통 일반 사람이 이런 센티넬간의 싸움에 끼어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 하나 그럼에도 현우는 누구보다도 뚜렷한 어떤 목적의식을 위해 사람의 경지 하나를 넘어버렸다. 현오는 그걸 저주라고 불렀고 현우는 그걸 축복이라고 불렀다.

주은찬은 이어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싸움에 휘말린 백건을 쫓았다. 하얀 인영이 사람 셋을 쓰러트리고 얼굴로 향한 적의 주먹을 양 팔을 교차에 쳐냈다. 바둑돌로 알까기를 하듯, 전장은 뭉텅이로 나뉘어서 서로 싸우고 전진 했다가 퇴각하기를 반복한다. 전세는 비등이요, 그 뒤에 언제고 메울 병력들조차 비등이다. 주은찬은 그것을 두고 비극이라 칭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센티넬과 가이드만큼의 반정부군에 센티넬과 가이드가 있다. 생각이 다른 이들이 그만큼 모여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의지를 고수하는 정부와, 대화가 아닌 전쟁을 선택하는 반정부. 누가 이기던 피의 승리임이 예견되어지고도 남는 전장에 어떻게든 희생을 줄여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은찬은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누군가 죽어 고꾸라지는 걸 보았다.

그건, 신호탄이었다.

"시작하세요."

귀에 달고 있던 무전기로 주은찬이 말하자마자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격돌지점마다 충격파가 터지기 시작했다. 현우는 청가람과 자신의 사이에 날아든 돌멩이를 보자마자 빠르게 몸을 사렸다. 빠각, 스스로 두 조각이 난 돌멩이가 그대로 폭발하자 청가람도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허공에서 떨어진 돌멩이의 궤적을 쫓는 일은 불가능했다. 가람은 사방천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굵은 빗방울이 시야를 어지럽혀서 더더욱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각양각색의 충격파에 정부군을 지휘하던 상관은 이를 갈았다. 그는 이 현상을 안다. 또한 반정부군을 지휘하던 쿠데타 지휘군도 이 현상을 알았다. 최초에 정부와 반정부의 격돌 때에도 같은 일이 있었고, 당시 승기를 잡았던 정부군은 반정부군의 포박에 모조리 실패했다. 두 상관은 빠르게 주변 지물을 탐색했고 이 황무지에 오롯이 서있는 두 채의 건물의 발코니나 옥상에 띄엄띄엄 우비를 뒤집어 쓴 인영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앞서 말한 최초의 격돌 이후에 그들이 전세에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들이 중립 군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에 발을 들이는 기준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나 성가신 존재임은 동일했다. 군인의 명분을 단 정부군은 일반인의 패널을 쥐고 있는 그들을 공격할 수 없었고, 쿠데타가 목적인 반정부군은 정부타도라는 대의명분에 반하는 무의미한 살인을 저지를 수 없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면서 비바람이 폭풍으로 바뀌었다. 주은찬은 새의 모이를 뿌리듯 쥐고 있던 돌멩이 세 개를 하늘로 높게 던져 올렸다. 잠시 후 요란한 폭발음이 터지면서 얼리었던 세 무리가 와해되어 각자 흩어지는 게 보였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은 싸우지 않는다면 출처를 모르는 그 충격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대다수 자신들의 병력을 뒤로 물리고 있었고 사람이 빠진 젖은 황무지에 이제 움직이지 않는 진 꽃들만이 거뭇하게 폭풍 속에서 그 존재를 드러냈다. 주은찬은 그 져버린 꽃들의 수를 세다가 그만두었다. 분명 죽는 이가 나오자마자 개입했거늘 그마저도 늦었던 모양이라고 자조하면서 떨리는 손으로 또 돌멩이를 허공에 흩뿌렸고 잠시 후 치솟는 불기둥은 비가 내려도 환하고 뜨거운 기운을 내뿜었다. 주변이 어두워 더 아름다운 그 모습을 일부의 사람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현우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계속 곁눈질로 주은찬이 서있던 발코니를 살폈다. 슬슬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공자. 소리 없이 읊조리던 현우는 잠시 정면으로 돌렸던 시선을 다시 되돌렸을 때 부실한 발코니의 창살을 붙들고 몸을 웅크린 그를 발견했다.

"가이드 한 명 따라오십시오!"

뒤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현우의 부름에 바로 따라붙었다. 정부군이 아닌, 각을 꺾어 건물 중 하나로 향하는 두 사람에게 원거리계 초능력이 퍼부어지는 걸 반정부군 측 센티넬들이 쳐냈다. 백건은 정부군이 몰려있는 한 쪽에서 그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보고 그 건물 발코니며 옥상을 살폈다. 건은 처음으로 거기에 사람들이 있었단 걸 알았다. 청가람 역시 그걸 지켜봤다. 건물로 들어간 현우와 가이드 한 명이 발코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한 차례 원거리 전을 주고받았던 정부군과 반정부군 모두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세게 분 폭풍우가 우비의 모자를 뒤집자 드러난 붉은 머리카락이 백건을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주은찬?"

그 옆에 서있던 청가람은 은찬의 모자를 뒤집었던 센 폭풍우 바람이 정부군이 있던 쪽에 몰려들어 날카로운 소리로 그의 이름을 덮어서 백건이 무언가 중얼거렸음만 알았다. 전세의 돌아감을 생각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물린 현우는 가이드가 저 혼자서는 무리라는 의미로 고개를 젓는 걸 봤다. 몸을 웅크린 주은찬의 주변에 거세게 화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고 그의 귀에 걸린 무전기에서 온갖 사람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양 측에서 센티넬의 폭주를 직감한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놀라 제각기 비명을 질렀다. 백건은 지금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몸을 진정시키느라 혼이 빠질 것만 같았다.

"공자!"

높은 열을 머금은 불씨가 상복의 소매를 태울 기세로 일렁여도 현우는 두려워하지 않고 겁에 질린 동행을 뒤로 빠지라 했다. 벌벌 떨리는 주은찬의 손을 붙들자 은찬이 말했다.

"현우, 야. 떨어져. 빨리.."
"어차피 공자가 살리셨던 목숨입니다."

그리고 현우는 주은찬을 제 품에 가득 끌어안았다. 비가 쏟아지는 위는 뜨겁고, 그를 끌어안은 아래는 그대로 타버릴 듯 뜨거웠다. 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요동치는 힘을 자신이 전부 받아 삼킬 수 있으면, 이렇게 전부 받아들이면. 끊임없이 희망사항을 뇌에 굴리던 그는 정말로 몸 안에 뜨겁디뜨거운 기운이 몰려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품에 안고 있던 주은찬이 느리지만 천천히 안정적인 호흡이 되어갔고 반동을 이기지 못해 떨리던 손도 진정되고 있었다.

"...현우야."

영문을 몰라 벙 찐 표정을 한 현우에게 은찬이 아직 회복되지 못해 가눌 여유가 없으면서도 힘들게 웃어보였다.

"너 가이드였네."

그래서 현우는 자신이 가이드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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