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kim8200

김문정 · @mjkim8200

17th Mar 2012 from Osfoora

엘리자벳에 관심있는 분들만 읽어주세요. 고민하고 작정하여 쓰는 긴글입니다. 오늘 긴급 프러덕션 회의를 했습니다.주안점은 음향과 오케스트라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사실 요즘 참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10년 넘게 30작품을 넘게 공연을 해왔고 매일밤 공연에 매순간 서서 긴장하는 뮤지컬 음악감독,지휘자라는 직업을 택했기에 그날 그날 정말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간혹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날은 자책하고 개선하려 노력합니다. 모든 지휘자가 그렇겠죠...오늘 공연 역시 만족스럽게 마쳤다 생각합니다.누구든 '대강' '대충'할 수 없는게 이바닥 일이지요..값비싼 돈을 치르는 관객에 대한 예의이고 작은 파트라도 스스로 '해냈다' 하는 존재감 없인 버틸수 없는게 우리 일이니까요.프러덕션에서 음향과 오케에 대한 리뷰가 간혹 올라온다하여 검색해보니 오늘 공연 역시 박자가 엉망이었다는 글이 있네요...오케는 자주 박자를 놓치고,매일매일 똑같은 부분이 틀리고,배우들은 잘하고 있는데 오케가 공연을 망치고 있으니 차라리 엠알을 쓰라는 글도 봤습니다.음향은 앙상블 소리가 안들린다구요..초반에 이런 글들을 당사자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보고 너무 힘이 빠져있길래 '괜찮아..잘하고 있는데 왜그래..맘쓰지마..'라고 위로했더랬습니다.제가 그렇게 자신있게 말한 부분은 '사실'이었으니까요.ㅎㅎ그런데..오케가 한달째 헤메고 있다는 글을 보고 이 글을 쓰기로 맘먹었네요. 엘리자벳 첫 오케 연습을 하던 날..모든 단원이 연주를 하며 '이거 맞아요?? 악보가 잘못 된거 아니에요??' 라고 되묻고 저 조차 에잉?? 한 편곡부분이 몇곡 있었습니다.하지만 앞서 방문한 독일의 음악감독 '쿤'이 오케 연습할 때 '이 부분,이 부분 이상하지만 그게 맞는거야..' 말했던 것이 생각났고 작곡자인 '르베이'가 와서 다시 확인했을때 역시 같은 대답을 들었네요. 즉 비뚤어진 오스트리아 왕국을 보여주기 위해 관악기의 불협화음을 썼고 극 자체에 '죽음'이라는 신비스런 캐릭이 등장하니 보편적인 화성을 쓰는 것보다 어퍼스트럭쳐(두개의 코드가 동시에 나오는 화성진행)기법을 썼다 하더라구요..박자도 변화무쌍하게 변박을 많이 주고요.앙상블들도 가사가 전달되기보다 이미지 전달로 많은 부분을 겹쳐 만들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구요. 여러분이 아들리신다하는 프롤로그,카페 뒷부분,악몽씬..모두가 동시에 노래하잖아요. 물론 가사가 완벽히 다 잘들려야 하지만 반복되는 부분이고 죽은 사람들이니 가사전달 ㅗ박또박 보다 더 속삭이듯 노래해달라 주문도 했죠(물론 우린 그렇게 안해요 ㅠ이부분은 ..첨에 그렇게 연습했다가 지금은 따박따박 소리내죠..)그러니 그 의도가 잘 전달되게 해달라는게 그의 당부였습니다.그리하여..그렇게 올리고 작곡자로부터 극찬(자랑이에요..ㅎㅎ)을 받아 기분이 참 좋았었는데 오늘의 회의에 소집이 되었지요...문제는..그렇게 느끼시는 분들께 제가 변명을 하고 따지고 되묻고 하려는게 아니라 제가 혼란스럽다는게 첫번째,그렇담 이것을 모두가 편하게 들을수 있는 쉬운 화성으로, 원작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그야말로 '한국화'시켜야 하는게 맞는가 라는 고민에 빠졌다는 겁니다. 프러덕션은 이 상황을 이해하여 음악적 의도를 잘 표명하라 인터뷰를 잡아주시겠다 하는데...흠..그냥 공연이 잘되고 관심을 받고 여러번 되풀이 보시는 관객이 많으시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고 넘어가고 싶네요.그치만 단원들이 연주력을 평가받으며 힘빠지는 거,또 실수란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저부터가 간혹 작은 실수라도 나는 날이면 넘넘 신경쓰이고 개인적으로 너무 예민해지니...사실 이번 엘리자벳 공연이 참으로 힘들고 무섭고 지휘하는게 싫어지려해요..ㅠㅠ악플이라는 거 이렇게 힘든거군요.ㅎㅎ사실 그리 많지 도 않은 악플(모르죠..제가 발견한것만)인듯 한데 이리도 맘쓰이니 연예인들은 참 힘들겠다,내가 그동안 넘 칭찬만 듣고 곱게 자랐나..ㅋㅋ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네..엘리자벳 연주 힘듭니다. 호흡 안맞는 날도 있습니다. 캐스트가 많게는 트리플이니 숨쉬는거,템포 다틀리구요. 커플들이 뒤섞이고 애드립이라도 하는 날은 그래서 제가 난리 칩니다.물론 초반 연주의 실수도 있었습니다.변명이지만 기타 연주자가 연주중 손톱이 부러져서 박자를 절기도 했구요.건반 패치가 에러기 나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도 했구요..그치만..배우가 간혹 박자 놓치고 가사 까먹듯이 충분히 라이브 공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근데 그런 부분들이 부풀려져 이렇게 감시를 받는 느낌으로 하는 공연은 참 우울하네요..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원작자의 의도 라는데 참 난감합니다.어느 공연장이나 피트는 겨울에 시원하고 여름에 따뜻하죠..냉난방은 객석에만 영향을 주니까요. 어쿠스틱 악기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죠..올 겨울 변덕스런 날씨에 리드 연주자들은 리드가 마를까봐 계속 입에 물고 있고 관악기 연주자들은 품속에 악기를 품었다가 꺼내어 연주를 합니다.이번 엘리자벳 연주자들은 저의 연주자들 중 최고라 할수 있고 현재 공연중 실수가 가~장 적은 공연이에요. 자신있게 말하지만요..참 이상하죠?? 이보다 더 실수가 많았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참 너그러우셨던 것 같은데...ㅎㅎ 공연이 인기이긴 한건지..관심팬들이 많은거지...하기사 우리 스텝들도 오늘 '사실 거기 맨날 틀리는 줄 알았다'하더라구요..ㅠㅠ 그래서 그랬죠'맨날 틀리는거 어떻게 알았냐구? 그럼 맞게 하는거 들어본적 있냐구?그게 뭐냐구??'그러찮아요. 어떤 기준에서 틀리다는건지...에구..르베이의 의도라 합니다.현지 음감으로써 험한 소리 듣더라도 그 의도를 존중하려 맘먹었습니다. 라이센스의 음악적 부분을 왜곡시키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제가 할 일중의 하나이니까요.그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면 이또한 제 잘못이긴 하겠죠. 뭐가 문젠지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기분좋게 공연을 끝내고 허탈하여..힘이 쭉 빠져...털썩 주저앉아 긴글 씁니다.앞으로 언제까지 이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한 맘으로 쓴소리,충고 다 받아들여 개선하도록 노력할께요..근데 틀리지 않은 부분 맨날 틀렸다 하시니 속상해요..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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