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olf2026

Allen Wolf · @awolf2026

21st Feb 2012 from TweetCaster

코리아타임즈에 KBO 관련하여 제가 쓴 글 한글 번역판 입니다 :)

한국 야구 위원회(KBO), 이제는 성숙해질 때

이제 하루하루 봄이 다가오고, 나와 같은 사람은 이 봄이 다가오는 것에 엄청난 기대와 흥분을 느낀다. 이유는 단 하나. 야구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이 읽혀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KBO 팀들은 아리조나와 일본 등지로 흩어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고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스프링캠프에 하나 둘 도착하고 있다.

KBO와 MLB의 관계는 지금껏 순탄했지만, 최근 한 아마추어 선수의 계약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며 그 관계가 조금은 틀어졌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MLB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대구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17살 김성민 선수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계약 소식이 들리자 KBO는 즉시 그 계약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어 볼티모어가 규정을 따르지 않았음을 MLB에 알리며 정식으로 항의했다. KBO와 MLB 간의 선수 계약 관련 협정에 의하면 한국 아마추어 선수 또는 프로 선수들에 관심이 있는 MLB 팀은 KBO에 그 선수에 대한 소위 “신분 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KBO에 의하면 볼티모어는 김성민 선수와 계약하기 전 김성민 선수에 대한 신분 조회를 의뢰한 적이 없다. 정식 항의가 있은 후, KBO는 김성민 선수에게 국내에서 선수 또는 지도자로서의 무기한 자격정지를 내렸다. 오리올스의 댄 듀켓 단장은 본의 아니게 팀이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즉시 정식 사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네티즌과 전 세계의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가열찬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MLB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50만불(한화 약 5억 5천만원)이 넘는 계약 조건을 제시 받은 김성민 선수가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이것은 지난 해 KBO의 MVP로 선정된 선수가 받은 돈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의 이러한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MLB는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 한해서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선수는 계약하지 못하게 규정해 둔 반면, 그 외 국가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그러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약 KBO가 그러한 점을 들어 MLB가 한국 고등학교 선수들의 계약 역시 동일한 규정을 바탕으로, MLB와 고등학교 재학중인 한국 선수와의 계약을 금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요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KBO는 그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BO의 정금조 운영팀장은 국내 프로 야구팀 전·현직 선수에 한해서만 MLB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여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결국은 한국 선수들은 KBO 팀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MLB 팀과 계약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것인가? 솔직히 톡 까놓고 이야기 하자. 이러한 개정안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KBO 뿐이다. 자신들이 봐도 젊은 야구 인재들이 더 큰 “떡”을 좇아 떠날 것이 불 보듯 뻔했을 터. 단지 이곳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라는 이유로 엄연히 법적으로 성인인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좇아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KBO가 이번 사안에 보여준 태도는 상당히 실망스럽긴 하지만 평소 선수들의 권리를 남용해 온 그 동안의 행적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국 야구 리그는 선수조합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발전적인 변화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KBO 규정 중에는 다음과 같은 최악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1.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없다. 결코 야구 선수들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 없이 읽어 주길 바란다. 철저히 훈련된 사업가들과 앉아 고등학교까지 운동만 했던 한 운동선수가 과연 선수에게 “공정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2. 일단 한 선수가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한 후 팀에 소속이 되면 그 선수는 무려 9년 동안 그 팀에 속하게 된다. 이것은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2년간의 군복무 기간은 포함되지 않은 기간이다. 즉, 대부분의 선수는 30살이 될 때까지는 FA 자격으로서 고액의 연봉을 바랄 수 없으니 이것을 보고 있자니 현대판 연기계약이민(年期契約移民, indentured servants)이 아닌가.
3. KBO는 말도 안되게 엄격한 FA 보상 규정을 가지고 있어 선수의 팀간 이동을 제약하고 이에 따라 많은 팀을 견주어서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를 방해한다. 예를 들면, FA 선수가 새로운 팀과 계약을 하고자 할 때, 팀은 그 팀의 한 선수를 포기하고 FA가 된 선수의 최근 연봉의 2배를 지불하거나 혹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FA가 된 선수의 최근 연봉의 3배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들리겠지만 이러한 조건은 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부분의 선수는 28~32세에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 때 처음으로FA 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계약은 2년에서 5년 사이이다. 선수가 FA로 계약을 할 때쯤이면 이미 이 선수는 최고의 기량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기이다. 이미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이 선수에게 이전 몸값의 세 배나 되는 연봉을 선뜻 지불하려는 팀은 당연히 적거나 없을 것이고 결국 이 선수는 기존 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약의 열쇠는 기존 팀에게 주어지고 이 선수를 헐값에 재계약을 할 수도, 또는 그냥 방출할 수도 있는 것 또한 결국 팀이다.

KBO가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한국 프로 야구계의 모든 아마추어 선수들은 앞으로 일방적인 이 시스템 속으로 매장될 것이다. MLB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KBO 광팬이다. 사랑하는 나의 팀 롯데의 경기를 보며 치맥을 먹던 한국 야구장들에서의 시간은 내가 한국에서 머문 이 기간 동안 만든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 하지만 리그 운영에 관해 점점 더 알게 되면서 이제는 한국 야구를 응원하기조차 싫을 정도에 이르렀다. KBO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발악하며 잘못된 방식에 목매고 있는 열등감에 가득 찬 독재 정권 같다. 이 판을 쥐고 있는 그들이 이제 깨어나 바른 길로 그 발걸음을 내딛길 기대해본다.

Allen Wolf (트위터 @awolf2026)
서울에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식 컨설팅 업체 대표이자 뼛속까지 야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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